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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예술가의 전시 도전기 #1] 갑자기 전시를 하신다고요? 뭐로 하시는데요?

by Lenz 2025. 9. 2.

01.

왜 전시를 하려고 하는데요?

 

어렸을 때 부터 무언가를 상상하고 창작하고 하는 것을 좋아했었다.

그 때는 메모지에 끄적거리며 내가 상상하던 것을 미약한 형태라도 자주 표현하며 나만의 작품들을 만들곤 했는데, 성인이 된 지금은 '게으른 완벽주의'라는 나쁜 습관이 생겨버려서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머리 속에 떠올라도 표현이나 제작을 위한 도전을 쉽게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이제 대학교 마지막 학기만 남겨둔 상황.

매번 '완벽하게 될 거 아니면 시작도 안한다.'라는 미련한 생각과 함께 완벽한 리서치, 완벽한 구현 과정이 있어야지만 내가 원하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망상이 있었다. 결국 내 앞에 남은 것이라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 어떤 아이디어도 구체화되지 못했다는 현실이다. 그런 상태로 졸업하는 것은 갑자기 너무나도 억울할 거 같았다.

나를 실망시킬까봐, 타인의 시선이 의식되어서, 실패가 두려워서 매번 뒷걸음쳤었는데, 이제는 그것을 넘어서고 싶었다.

 

하지만 혼자서 '그래! 이제부터 만드는거야!' 해봤자 아무 의미없이 끝날 것을 이미 나는 안다. 사람의 의지력은 그리 강하지 않다.

그래서 한가지 전략을 썼다. 

무조건 전시작품을 이번 학기에 만들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기로.

살아보니 사람은 강한 의지력보다는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던져두고 '응 알아서 잘해봐 ^^'하면 어떻게든 끝까지 뭔가 하긴 하더라고.

 

그래서 나는 나를 '전시 제작 동아리'에 던져두고 나왔다.

과동아리에 '전시 제작 동아리'가 있었는데, 대부분 새내기 친구들이 많이 하는 동아리였다.

그 동아리에 '뭐 후배 친구들한테 쪽팔리지 않으려면 전시날까지 뭐라도 만드시겠죠?' 하면서 나를 던져버렸다.

그것이 내 인생 첫 전시작품 제작기의 시작이다.

 

02.

전시는 어떻게 준비하는 건가요?

 

항상 궁금했던 것은 '전시회 운영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였다.

하나의 전시 경험을 만들기 위해서 어떤 요소들을 생각해야하는 것일까?

 

[전시회 주제 선정]

일단 동아리 회의를 통해 우리 전시회의 주제는 '바다'로 정해졌다.

전시 주제는 전시 일정의 계절을 많이 반영했다. (8월의 상당히 무더운 여름)

 

[전시 대관 장소 선정]

그 후 먼저 전시 장소 대관을 했는데,

장소는

- 전시 작품 수

- 전시 유형 : 미디어 아트 등 프로젝션이 필요한 경우, 어두운 환경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 따로 필요함.

- 장소 접근성을 고려해서

 

- 작품을 모두 포함할 수 있는 공간(너무 작거나 너무 커도 문제)

- 사람들이 찾아오기 쉬운 역세권

- 방이 나누어져 있는가?

- 전시 장소의 온도는 어떤가?

- 관람의 동선이 어떻게 될 것인가?

- 지금 예약이 되는가? 등을 고려해서 대관을 진행했다.

 

대관은 그냥 네이버 예약이나 스페이스클라우드에서 진행했다.

 

[전시 홍보 / 전시 공간 담당자 역할 분담]

이외에 다함께 해야하는 일들은 '홍보'와 '전시공간' 으로 역할을 분배했다.

 

홍보의 경우는

- 인스타그램 홍보 콘텐츠 제작

- 전시 브랜딩, 포스터 제작

 

공간 담당의 경우

- 텀블벅 후원 진행

- 전시 캡션 제작

- 전시 리워드 현장 판매 표 제작

- 전시 시트지 제작

 

그 외 전시 물품, 작품 설치의 경우는 갤러리에서 제공하는 물품과 개인 물품으로 본인이 부담해서 설치하였다.

 

 

03.

이제 뭐를 전시할거냐! 죽음의 브레인스토밍 시작 💀

 

이제부터는 나만 잘하면 된다.

나를 잘 챙겨서 전시 당일까지 나의 작품을 완성하면 된다.

 

일단 여기서부터 첫번째 고난이 왔다.

도대체... 뭘 생각해야하지?

애초에 타인에게 내가 전달하고 싶은 철학과 생각을 시각적으로 완성된 형태로 보여주는 것 자체가 처음이다보니, 

아이디에이션 단계에서 어떻게 브레인스토밍을 해야할지부터 감을 잡지 못했다.

 

그래서 나의 생각과 영감을 바로바로 저장하고 기록하고 구조화하기 위해서 다음 단계를 활용하였다.

1. Chat GPT에 나의 전시 제작 맥락을 설명하고 이에 따른 아이디에이션 프로세스를 만들어달라고 한다.

1. 주제 기획 및 리서치
목표 설정: 전시의 주제, 목적, 메시지를 명확히 정의
콘셉트 개발: 주제를 시각화할 수 있는 키워드, 스토리라인 구성
벤치마킹: 유사 전시, 아티스트, 기술, 표현 방식 조사
타깃 설정: 관람객 유형, 참여 수준, 반응 예측
💡 산출물 예시: 기획안 문서, 콘셉트 보드, 사용자 페르소나
2. 아이디어 스케치 및 시나리오 구성
스토리보드 작성: 전시 흐름, 내러티브 구성
인터랙션 플로우 설계: 사용자 참여 방식, 반응 트리
공간 구성안: 작품 위치, 동선, 인터페이스 위치 제안
기술 구상: 센서, 디지털 인터페이스, 미디어 장비 구상
💡 산출물 예시: 플로우차트, 와이어프레임, 공간 모형 스케치
3. 기술 검증 및 프로토타이핑
기술 타당성 검토: 필요한 기술(센서, 프로젝션, 모션 캡쳐 등)의 구현 가능성 체크
4. 시스템 설계 및 구현 기기
연결 및 제어 설계: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통합 구조 설계
비주얼 및 사운드 제작: 그래픽, 애니메이션, 오디오 등 시각·청각 요소 구현
인터페이스 구현: TouchDesigner, Unity, p5.js, Arduino 등 도구
사용 데이터 흐름 최적화: 입력 → 처리 → 출력 경로 구축
💡 산출물 예시: 시스템 다이어그램, 코드베이스, 그래픽 에셋 

2. 핀터레스트로 내가 생각하는 혹은 구현하고 싶은 비주얼 레퍼런스들을 시간날 때마다 모은다.

3. Figjam을 통해서 GPT가 제시한 목차에 따라서 아이디에이션을 진행하고 핀터레스트에서 모은 비주얼 레퍼런스를 배치한다.

4. 전반적인 전시 작품 제작의 프로세스는 Notion에서 관리한다.

웃긴 사실은 여기까지 2주가 걸렸다. 네. 중간중간에 삽질을 참 많이 했다는 말이죠^^

 

막상 아이디에이션 구체화(Figjam에 한 것)은 하루가 걸렸다.

그니까 앞단에서 구체적으로 내가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하는 메세지를 정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시간이 걸렸다.

 

어떤 메타포를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까?

내가 원하는 전시 형식 (인터랙티브 작품)에 어떤 스토리텔링이 들어가면 좋을까?

어디까지 작품이 가이드해주고, 어디서부터 사용자의 자율성을 주면 될까?

 

이런 부분에서 정말 많이 생각했다. 중간에 경주에 혼자 2박 3일가서 이것만 구상해본 적도 있다.

근데 그날 여행가서 구상한 아이디어 결국은 폐기되었다. ㅋㅋㅋㅋㅋ

물론 그 과정이 낭비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러한 실패 과정을 통해서 결국은 내가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를 찾았으니까.

빨리 빨리 실패해야 아닌 것을 제거하고 걷어내서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다.

그렇게 한 번 감을 잡고 내가 표현하고자하는 것에 대한 전반적인 그림이 딱 그려지는 순간 바로 작업의 속도가 붙는 것이다.

 

 

04.

지옥의 구현 시작! 미친 듯한 실패를 한다.

 

예. 진짜는 여기서 부터 시작입니다.

아무리 아이디어 구체화해봤자 구현이 안된다?

다 말짱 도루묵입니다.

 

정말 이 단계에서 정말 수도 없는 실패와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을 마주했습니다.

이 구현 단계에 저는 한달 반을 사용했습니다.

한달 반이라는 기간 동안 하나의 작품 구현에 몰두한 것이 아닙니다.

중간중간에 정말 많은 구현 목표와 실험작들이 있었죠...

예.. 다 폐기되고 결국 완성작은 전시 시작 전 2주 동안 만든 것이였습니다.

 

도대체 이 작자는 그 동안 무슨 삽질을 한거야?

궁금하시다면 다음 편을 기대해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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